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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염력' 웰메이드 영화 보는 눈으로 보면 당황스러울 수도" [인터뷰]

기사입력 2018.02.10 09:00 최종수정 2018.02.10 09:00 크게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연상호 월드요? 아직 과도기인 것 같아요."


'사이비' '돼지의 왕' 등의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감독으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었던 연상호 감독이 첫 상업 실사 영화 '부산행'으로 단숨에 '천만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후 그는 흔치 않은 초능력 소재 영화 '염력'(감독 연상호·제작 레드피터)으로 1년 반만에 돌아왔다.

상업 영화는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다. 대중성을 고려할 때 더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연 감독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가 상업 영화 분야로 넘어오면서 자신의 취향과 대중성을 어떻게 조율했는지였다. 그는 이 질문에 고개를 내저었다.
연상호 감독은 "물론 대부분의 영화 감독들이 자신의 취향 때문에 영화를 만들 거다. 어릴적부터 좋아했던 영화는 마이너든, 메이저든 간에 산업 내에서 만들어진 영화였다. 마이너한 영화여도 '베드 테이스트' 같은 성공한 독립 영화였다. 그러니까 크게 성공한 것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는 거지, 내 취향을 강하게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그게 아주 대중성이 떨어지는 건 아닐 거라 생각했다. 단지 그것이 얼마나 시스템 내에서 잘 전달이 되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한국 영화 배급 시스템이 일률적이지 않냐. 아주 다양한 걸 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 같은 경우는 비디오로 수익을 거두기도 하고 아트하우스 극장에서 상영돼서 수익을 얻기도 한다. 그러니까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영화 시장에) 아쉬운 점이 있다. 국내는 극장과 IPTV 정도다. 그런데 극장에서 성공해야 IPTV로도 성공하지 않나. 비디오 시장이 있을 때만 해도 다른 점은 있었다. 그 때도 블록버스터가 잘 되기는 했지만. 비디오 가게를 위해서만 만들어지는 영화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연 감독은 "분명히 한국의 상업 영화 내에서 다양한 영화가 많았던 시절이 있던 것 같다. 여균동 감독의 '맨'이나 '진짜 사나이'나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보면 그 당시에는 약간 좀 '병맛' 혹은 '중2병'스러우면서도 특이한 영화가 많이 나왔다. 영화의 시대가 리얼리즘, 웰메이드로 넘어오면서 그런 작품이 많이 사라졌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영화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 / 사진=NEW 제공

B급 영화에 대한 애착이 있다는 연 감독은 "영화 '프라이트너'를 피터 잭슨 감독이 만들었는데 난 그 영화를 보고 되게 실망했다. 왜냐하면 피터 잭슨이 엄청난 B급 영화를 만들던 사람인데 어중간하다는 느낌이었다. 할리우드스러워졌다는 인상이었다. 피터 잭슨이 당시 인터뷰할 때 자기는 큰 블록버스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B급의 제왕이었던 사람이 왜 이렇게 할리우드 지향적으로 가려고 하나 싶더라. 그 생각이 바뀐 게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보고 나서다. '원래 이런 걸 해보고 싶었구나' 싶더라. 그런 과도기가 실망감을 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슷한 감독님이 꽤 있었다. '이블 데드' 시리즈 같은 B급 호러를 만들던 샘 레이미 감독이 갑자기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만들었을 때도 그랬다. 물론 샘 레이미 색깔은 많이 있다. 그런데 그 전의 영화와 많이 다르다. 그 이후에 '드래그 미투 헬'을 만들었는데 '스파이더맨'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당황했을 것 같더라. 웰메이드한 호러로 나왔는데 B급 감수성이 많다. 당시 그의 초기 팬들과 '스파이더맨' 팬이었던 사람들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스파이더맨' 감독이기 때문에 작지 않은 제작비로 웰메이드한 호러 영화처럼 홍보를 했는데 봤더니 너무 B급 영화인 거다. 그런 것에서 오는 갭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 위험성에도 불구, 그는 '안전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연상호 감독은 "계속 이상한 상상을 하는 감독이 있지 않나. 그게 정말 좋은 것 같다. 로버트 로드 로이스 감독을 보면 유튜브로 시나리오 쓰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로버트 로드 로이스 영화도 특이한 영화가 많다. 제일 당황스러웠던 건 독립영화로 잘 되고 난 뒤 상업 영화 '데스페라도'가 나오지 않았나. 그 후에 갑자기 '스파이 키드'라는 애들 영화도 만드시고. '스파이 키드'가 처음 나올 때 애들 영화를 가장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애들 영화더라. 그것처럼 어디로 튈 줄 모르는, 그런 태도가 되게 좋은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물론 영화 시스템에 순응하며 살면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그런데 감독으로서 오래 생존하시는 감독을 보면 좀 더 자유로운 시도를 하는 것 같다. 시스템 안에 안정적으로 있더라도 시스템이 사람을 버리는 건 순간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에서 어긋날 때 잘못될지도 모르는 공포심이 창작자로서 위축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부산행'에서 좀비 소재를 영화한 것을 비롯해 초능력을 소재로 한 '염력'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연상호 감독. 그는 '염력'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거란 관점에 동감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도 그렇고 전체적인 한국 영화의 가능성이라는 게 얼마나 웰메이드한가에 방점이 찍힌 것 같다. '염력'이라는 영화가 웰메이드를 판단하는 시선으로 보자면 당황스러울 거라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는 웰메이드를 지향하는 방식이 경직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게 기회가 있을 때 상업 영화 내에서 새로운 걸 해보자는 생각이 컸다"고 털어놨다.

연상호 감독 / 사진=NEW 제공

'염력' 또한 더 대중적으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배급사 측과 연 감독의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고. 연상호 감독은 "좀 더 장르적인 요소를 많이 넣자는 이야기가 많았다. 초능력 액션을 초반에도 많이 넣자고 하는 의견이었다. 아마 그렇게 갔다면 더 편안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가고 싶지는 않더라. 영화는 이런 모양대로 나오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부산행'이라고 하는 영화를 했는데 또 한번 장르성을 강조하거나 틀에 맞춰져 있는 장르 영화를 또 할 필요 있을까 싶었다. '부산행'을 하고 나서 그 다음 영화를 한다는 건 자유롭게 뭘 해볼 수 있는 기회니까"라고 털어놨다.

'부산행' 이후 연상호 감독이 대중적인 감독으로 떠오르면서 '연상호 월드'라는 말도 자주 쓰인다. 그는 이에 대해 "정말 돈을 많이 벌면 연상호 월드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래도 내심 그런 말이 좋지 않냐"고 묻자 그는 "좋기도, 족쇄가 돼기도 하는 말인 것 같다. 연상호라고 하는 이름의 정체성을 저는 안 가지려고 하는데 너무 이른 시기에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며 부담을 표했다.

이어 그는 "(애니메이션) '사이비' 만들 때부터 그 말이 나왔다. 그 후 독립 장편을 두 편 했는데 그런 이야기가 자꾸 나오니까 좋기도 하면서 내가 만들어야 하는 영화가 정해져 있나보다 싶더라. 사실 '서울행' '부산행' '염력'까지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노력을 많이 했다. 지금 과도기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시도를 하며 '연상호 월드'를 다져가는 과도기라는 연상호 감독. 그가 앞으로 어떤 '연상호 월드'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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