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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이유 [인터뷰]
작성 : 2020년 02월 10일(월) 17:53 가+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정우성 / 사진=메가박스 중앙 플러스 엠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오랜 시간 연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배우에게 거는 기대감이 있다. 다만 배우를 향한 대중의 기대감은 자칫 편견이 되기 마련. 그렇기에 정우성은 늘 편견과 선입견을 깨려는 노련한 한 수를 둔다. 그런 정우성이 이번에는 화려한 유흥가 속 욕망을 쫓는 공무원으로 돌아왔다.

정우성은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및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정우성은 2020년 첫 작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이하 ‘지푸라기’)로 열일 행보의 스타트를 끊는다.

작품은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은 범죄극이다. 극 중 정우성은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탕의 늪에 빠진 태영 역을 맡아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주목할 점은 정우성의 부드러운 기존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거친 면이 돋보인다는 것. 이에 정우성은 연기 변신은 결코 의식하지 않았다며 작품 참여 과정을 전했다.

먼저 정우성은 영화를 본 소감으로 “연기할 땐 내가 너무 호들갑을 떤 것 아닌가 걱정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주변 배우들의 반응, 스스로도 영화가 잘 완성이 됐다고 느꼈다. 부끄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에 흐뭇했다. 또 캐릭터로 잘 안착이 된 것 같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지푸라기’ 측은 12일 개봉 예정일을 취소하고 무기한 연기 소식을 전했다. 4일 ‘지푸라기’ 측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피해를 방지, 또 안전을 우선으로 하기 위해 이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정우성은 “극장 상황이 너무 좋은데 영화 완성도가 잘 안 나왔을 때도 있다. 영화 개봉 시점과 맞물린 건 안타깝지만 계속 아쉬워할 수 없다. 개봉과 상관없이 빨리 안정을 찾고 영화도 편하게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제법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정우성은 “시나리오 구성이 당연히 좋았다. 인물들의 사연이 구구절절하지 않은데도 밀도가 있다. 아주 쉽게 이해가 간다. 원작은 일부러 읽지 않았다. 소설의 장점이 시나리오로 끌고 온 것 같다. 소모되는 인물이 없다. 돈 가방이라는 소재로 인간의 욕망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었을 텐데 인물 간 갈등에 더 집중했다. 또 전도연과 작업을 하고 싶었던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정우성 / 사진=메가박스 중앙 플러스 엠 제공


앞서 시사회 당시 정우성은 이번 작품에서 새롭고 낯선 연기에 도전했다고 밝히며 관객들의 궁금증을 모았다. 극 중 정우성은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 우유부단하고 절박한 모습을 드러내는 인간적인 군상을 담아낸다. 또 서서히 짐승으로 변해가는 날것 같은 모습과 인간의 양면적인 본능,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를 위트 있게 풀어내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진한 누아르의 색채가 전작 ‘아수라’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이를 두고 정우성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아수라’에서는 상황에 직면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푸라기’의 태영은 상황이 그저 불편하고 짜증나는 것이다. 또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을 많이 심었다. 다만 제일 경계해야 했던 것은 과함이다. 그 전까지 치고 올라갔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가 바라본 태영은 어설프면서도 차갑지 않은 인물이라고. 연인에게 배신당한 감정을 부정하고, 되돌리기 위해서 집착하고, 확인하려 집착한다. 정우성은 태영의 ‘집착’을 두고 모든 이들의 삶 속 있는 지점이라면서 집착이 과연 바람직한 감정인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던진다고 덧붙였다.

“가장 인간다운 모습은 중만(배성우)다. 중만은 악한 사람이 아니다. 고민하고 갈등하고 현실에서의 절박함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 그래서 중만이 이 영화의 중심에 선 인물이라 생각한다. 연희(전도연)은 영화적인 캐릭터다. 내가 맡은 태영은 악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선택을 그렇게 한 것뿐이다. 범죄가 등장하는 이야기 때문에 범죄를 정당화할 순 없지만 개개인의 상황에서 우리는 멀리서 떨어져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 등장인물들에 대한 연민이 필요하다. 태영에게 연민의 가닥은 헛웃음 칠 수 있는 그의 죽음..그런 연민의 가닥을 주려 했다.”

그렇다면 정우성에게 이번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냈던 전도연과의 연인 호흡은 어땠을까. 그는 “반가웠다. 전도연과는 같은 업계에 있지만 서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로는 내가 현장에 있을 때 어떤 모습인지 봐주길 원했다. 나도 전도연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고 선입견도 있었다. 아니라 다를까. 그렇게 오랫동안 이 현장에 있는 이유가 있었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현장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어떨 때는 강단 있게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고집도 부린다. 책임감이 일관된 좋은 동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 값진 경험이었다. 전도연 역시 나를 현장에서 잘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좋은 배우로서 인정을 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경력이 오래되고 각자 자기 세계가 있는 배우가 부딪힐 때는 캐릭터와 캐릭터, 또 현장에서 내가 어떤 배운지 비추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즐거운 작업이었다”며 치열했던 촬영 현장을 전했다.

이어 “연인으로 만난 두 배우가 외형적으로 아무리 어울려도 감정적인 교감이 튕겨나가면 보는 사람들은 불편하다. 적어도 전도연과 나는 그러진 않았다. 태영과 연희가 앉아있는 식탁 자리가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 자기가 얼마나 연약하게 무너질 수 있는..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호기롭게 나서지만 연희 앞에서 또 무너지는 것이 태영의 매력”이라 덧붙이기도.

그간 정우성의 필모그라피를 되짚어보자면 ‘강철비’ ‘더 킹’ ‘아수라’ 등의 작품에서 묵직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선보였다. 이어 ‘증인’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는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을 선보여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뽐냈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부터 인간미 넘치는 모습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계 없는 변신을 펼쳐온 그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는 전혀 다른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는 것. 이를 두고 정우성은 자부심을 드러내며 “대중은 편하고 쉬운 영화를 본다. 또 대중은 ‘이런 영화 안 봐’ 라면서 대상화를 한다는 선입견이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지푸라기’는 용기 있는 작품이다. 김용훈 감독도 그렇게 용기가 없는 사람은 아니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 ‘지푸라기’의 완성본이다. 관객들에게 조금 더 사랑 받고 좋은 평가를 받음으로서 창작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작품을 고를 때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정우성은 이에 대해 꽤 진지한 답변을 밝히기도. 그는 “20대부터 규정된 이미지가 싫었다. 그래서 의외의 선택을 꾸준히 해왔다. 그때 당시에는 관객이 정우성이라는 배우에게 가졌던 이미지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그런 규정에 머물지 않도록 제 길을 뚜벅 뚜벅 걸었다. 저를 오래 봐온 관객은 정우성을 두고 이제 제 길을 걷는 배우라 생각을 한다”며 “나이대에 맞는 역할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점차 유연해졌고 지금의 정우성이 완성됐다. 앞으로의 기대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내 작품, 인생 캐릭터, 거기서 벗어나려는 작품을 찾기 위한 시도와 도전을 하려 한다”고 말해 앞으로의 정우성을 기대하게 하게 만들었다.

“과거 많은 분들이 ‘똥개’의 철민이를 쉽게 받아주지 않았다. 왜 니가 추리닝에 사투리를 하냐는 지적이 있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또 누군가는 내게 왜 ‘마담뺑덕’을 하냐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택과 도전을 하면서 기대를 깨는 것이 새로운 더 큰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의 완성돼 가는 중이다. 아직 길을 가는 것이라 스스로 생각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선입견과 편견에 막히지 않고 표현해왔다는 정우성은 최근의 젊은 이들의 시선이 오히려 편하다고도 답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젊은 세대는 정우성의 과거를 모르기에 더 많은 이미지를 보이는 것에 자유롭다는 것. 그는 “나는 내게 자유로움을 기대한다. 내게 규정된 이미지, 수식어를 깨려 한 것은 관객이 내게 그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 기대를 깨기까지 굉장히 긴 시간을 들인 이유는 내가 편하게 즐기면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우성의 이미지라는 기대감 안에서 충고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그런 이미지가 없기에 조금 더 자유롭다. 관객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배우에게 제일 좋은 것은 기대 없이 영화를 즐긴 후 성향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라 소신을 전했다.

이처럼 스스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 위해 자신 만의 길을 걷고 있는 정우성은 분명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배우다. 그런 그가 ‘지푸라기’에서 선보일 새로운 정우성의 면모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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