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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용의자', 그 시대 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무비뷰]
작성 : 2019년 10월 09일(수) 21:39 가+가-

열두 번째 용의자 / 사진=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가 시대극과 추리극 그 사이에서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작품은 유명 시인의 살인사건을 소재로 내세웠지만 예상치 못한 거대 담론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열두 번째 용의자'(감독 고명성·제작 영화사 진)는 한 유명 시인의 살인사건을 통해 시대의 비극을 밝히는 심리 추적극이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대중에게 첫 공개돼 흥미로운 장르적, 주제적 반전의 쾌감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반향에는 주연 배우 김상경, 허성태, 박선영, 김동영을 비롯한 충무로 명품 조연 배우들의 열연이 바탕을 자처했다. 특히 김상경의 온도를 오가는 연기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김상경은 '몽타주' '살인의뢰' '사라진 밤' 등 사실적인 형사 연기를 꾸준히 선보이며 수사물 장르에서 입지를 굳혀왔던 터. 이번 작품에서 역시 직관을 꿰뚫어 보는 수사관 김기채 역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극은 1953년 밤 남산에서 오리엔타르 다방 단골 손님이었던 유명 시인 백두환(남성진)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다음 날 그가 자주 드나들던 오리엔타르 다방에 용의자들이 한데 모인다. 그 가운데 사건수사관 김기채(김상경)가 들이닥쳐 다방 안 모든 이들을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밀실 추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날 다방에 모인 다방주인 노석현, 마담 장선화를 비롯해 시인 문봉우, 소설가 장혁, 시인 오행출, 시인 김혁수, 화가 이기섭, 화가 우병홍, 화가 박인성, 대학교수 신윤치, 그리고 담당 수사관 김기채, 이날 다방에 없었던 미스터리한 여인 최유정까지 모두가 살인 용의자가 된다. 목격담, 시 등이 단서가 되지만 진실에 다가갈수록 모두에게 존재하는 살인 동기가 윤곽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모두가 비밀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추리는 점점 더 컴컴한 미궁으로 빠진다.

열두 번째 용의자 / 사진=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스틸컷


사건은 개인적인 원한들에 초점을 맞춘 후 형사와 용의자들의 갈등에서 시대의 목소리, 규명되지 않았던 희생양들의 주장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점을 감안해도 작품은 매끄럽거나, 친절하지 않다. 오히려 투박하고 껄끄럽다. 정제되지 않은 대사와 톤들이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아울러 선혈이 낭자하고 폭력성이 짙은 장면들이 작품의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평범한 추리극을 예상하고 온 관객들에게는 다소 무거운 공기로 다가갈 가능성 역시 크다.

그럼에도 작품은 시대극의 명맥을 잇는 주제의식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장르적 재미보다 역사 의식을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근현대사의 상징을 톡톡히 담아냈다. 오로지 명동과 남산을 배경으로 활용하는 이 이야기는 꽤 날카롭고 직설적이다. 아울러 시대상의 역사를 아주 적나라하게 담아내면서 과거의 문제의식을 현 시대까지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극의 반전 역시 제 몫을 충분히 해낸다. '열두 번째 용의자'의 무기는 "누가 죽였는지"가 아닌 "왜 죽였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화려한 연출 혹은 색다른 기교 없이도 이야기의 반전이 밀도 높은 충격을 선사할 수 있는 지점이다.

'열두 번째 용의자'는 시대의 희생양과 진범, 두 인물의 진실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묵직한 여운을 선사한다. 11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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