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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녀석들: 더 무비' 김상중의 대리만족 [인터뷰]
작성 : 2019년 09월 09일(월) 10:10 가+가-

영화 나쁜녀석들 더무비 김상중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영화 나쁜녀석들 더무비 김상중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슬퍼할 수 있고, 스스로 옳다고 믿는 일에 물러섬 없이 살아가며, 그릇된 것에 분노하고 상식적인 세상을 꿈꾸는 배우 김상중. 실제 그는 예상보다 더 다정하고 친근하며 뜨겁고 정직한 가슴을 지닌 '좋은 사람'이었다.

수많은 마니아 시청층을 양산한 OCN 인기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확장판인 영화 '나쁜녀석들: 더 무비'(감독 손용호·제작 CJ엔터테인먼트). 김상중은 드라마에 이어 또다시 오구탁 반장으로 돌아왔다.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나쁜 놈들을 모아 판을 설계하는 리더 오구탁. 그는 경찰에 몸담고 있지만 범죄자들에겐 그들보다 더 악랄하고 예의 없는 인물이며 '미친개'로 불리는 인물이다. 서늘하고 날카로운 눈빛과 냉철한 아우라를 뿜내며 김상중의 또다른 인생 캐릭터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흔쾌히 영화에 출연한 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 덕분이다. 드라마가 영화화되는 것이 사실 쉽지 않고, 같은 캐릭터를 또다시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오구탁은 "제가 여태껏 했던 인물 중 최애 캐릭터"라고 말할 만큼 김상중이 아끼는 인물이다. 이유는 김상중이 13년째 진행 중인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영향이 컸다.

영화 나쁜녀석들 더무비 김상중 인터뷰 / 사진=스틸


그는 "제가 '그것이 알고싶다'를 진행하며 사건을 알려주기만 할 뿐, 통쾌한 한 방을 날리지 못한다. 답답한 마음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물론 해결된 사건도 있고, 방송을 통해 공론화돼 법이 바뀌거나 여론 형성으로 재수사가 되는 등 좋은 면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열었다. 그렇기에 오구탁이란 인물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들을 응징하는데서 오는 대리만족이 컸다고.

영화는 드라마 속 시간의 5년 뒤 시점으로 시작된다. 오구탁은 복역 이후 간암 판정을 받았고, 삶의 생동감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이 피폐하고 낙망적이다. 앞서 딸을 죽인 범인을 응징하기 위해 강렬한 복수의 의지를 불태웠던 그는 사건 해결 후 도리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고, 저 세상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갈 수 있다며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암울한 상태다. 드라마 팬들에겐 '나쁜녀석들'의 상징적 캐릭터 오구탁의 이같은 변화가 가엾고 안타까운 연민이 일테다. 하지만 김상중은 "캐릭터가 하나의 관통성을 갖고 가는 설정이 오히려 드라마틱하고 좋았다"고 했다. 또한 박웅철(마동석)이 사건 서사를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영화에서 오구탁은 흐름을 잘 연결시키게끔 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배우로서 욕심을 내 더 돋보이기보단 전체적인 숲을 만들어가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 숲에서 잘 다듬어진 나무 역할을 하는 것이 제 몫이었다고. 선배 배우의 연륜이 다분히 묻어나는 말이다.

다만 드라마가 청불이었던 만큼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수위가 가차 없었던 반면 영화는 세계관을 확장하고 팬덤을 넓히기 위해 대중적인 스토리로 수위를 낮춘 것에 대한 아쉬움은 공감했다. 그럼에도 영화적 스케일, 업그레이드된 액션과 볼거리에 대한 만족감은 분명 하단 김상중이다.

특히 그는 작품이 지닌 주제의식을 특별히 여겼다. 온갖 부조리가 가득한 세상, 지독하고 악랄한 강자들이 약자를 무참히 짓밟고 욕심을 채우기 급급하다. 진실이 묻히고 거짓이 득세한 세상에 약자들은 억울한 피눈물을 흘린다. 이같은 시대의 병폐와 아이러니에 대해 김상중은 "우리 사회가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 그런 약육강식 논리가 팽배하다. 제도권 안에서 법이 해결하지 못한 억울한 일이 많다. 사람을 죽이고도 무죄판결받고, 음주운전을 해 한 가족을 파멸시켜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그렇다고 집행유예만 받은 사람은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렇기에 제도권을 벗어나 범죄자들로 더 나쁜 놈들을 잡고자 하는 오구탁의 방식이 옳지 않다고 해도 실질적으론 나쁜 사람이라 말할 수 없다고. 그는 "우리 사회에 법이 존재하고, 제도권 내에서 행동하고, 이를 벗어나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서 법이 해결할 수 없는 억울한 일들을 대신해주는 이가 있다면 나쁘지 않겠단 생각도 해본다"고 견해를 전했다.

영화 나쁜녀석들 더무비 김상중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영화 나쁜녀석들 더무비 김상중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흥행 여부를 떠나 속편을 기대하는 건, 이처럼 통쾌한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전하는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김상중은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서도 제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불합리하고 충격적인 사건에는 묵직하게 분노를 전하고, 전 국민을 비탄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 당시엔 부끄럽고 무기력한 어른이라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진심은 짜릿한 쾌감을 전하기도 하고, 때론 따뜻한 위안이 되기도 했다. "저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다. 그저 진행자다. 배우이다 보니 좀 더 호소력이 있는 것"이라고 겸손이지만, 그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과 사명감으로 가득한 그다.

사실 그 또한 냉정과 침착함을 유지하려 하지만, 비극적이고 끔찍한 분노가 치미는 사건들을 끊임없이 마주하고 여전히 지금도 각종 범죄와 부조리가 계속되는 것에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사회는 더 좋은 사람들이 많기에 굴러가며 조금씩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중은 자신의 대표작은 '그것이 알고싶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배우로서 이미지를 허물고 싶은 순간도 있을 법 한데 오히려 그는 "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생긴 거다.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과 이로 인해 득을 본 것도 많다"고 했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행동이 조심스럽고, 책임감도 크고, 작품을 택할 때도 영향을 받아 너무 희화화된 캐릭터는 자체적으로 거른다. 그러나 너무 정형화돼 딱딱하고 이성적인 사람이고 싶지 않기에 쉼 없이 '아재 개그'를 하는 거라고 너스레다.

김상중은 배우로서 제약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또 배우로서 제가 노력해야 할 몫이고,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진실된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계속해서 외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었다.

숱하게 던지는 가벼운 '아재개그'는(이를테면 일일 일식이 아닌 일일 한식, 김상중독 따위와 같은) 사실 분위기를 유하게 풀기 위한 그의 자연스러운 노력이다. 진중하고 책임감 있는 삶을 살며, 더 겸손하고 살갑게 타인을 대하는 김상중의 젠틀함은 근사하고 따스했다. 누가 봐도 그저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제 평가는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바르게 살고 싶고 남한테 폐 끼치지 않고 살고 싶지만, 평가는 다른 이들의 몫이다. 제가 어떤 배우고,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는 제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엷게 웃어 보였다.

영화 나쁜녀석들 더무비 김상중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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